애묘의 사망 통지를 보낸 200년 전 크리에이터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애묘의 사망 통지를 보낸 200년 전 크리에이터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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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애묘의 사망 통지를 보낸 200년 전 크리에이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 오면 꼭 생각나는 유명한 동화가 있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이다. 최근 디즈니사가 실사영화로 만들어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이 동화의 작가는 옛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 1776-1822)이다.


호프만은 문학 작가를 비롯해 작곡가, 음악평론가, 화가, 법률가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시쳇말로 크리에이터였다. 현재 그는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판타지 소설 장르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소설들 가운데는 애묘인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Lebensansichten des Katers Murr)>이다. 사람 말을 이해하는 고양이 무어의 회고록과 음악가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전기를 묘하게 합친 장편 소설이다. 호프만은 무어를 통해 당시 독일 지식 계층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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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모델은 호프만이 1818년부터 키웠던 수고양이였다. 놀라운 것은 이 고양이가 1821년에 죽자 그가 사람에 준하는 사망 통지를 자기 친구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이다. 당시 두 차례 작성됐는데, 마지막 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올 11월 29일에서 30일 밤, 내 소중하고 사랑스런 냥군 무어는 그 꿈 많은 4년 동안을 살고 더 좋은 천국에서 눈 뜨기 위해 영면에 들었습니다. 그가 덕 있고 정의로운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 봐 주신 분들은 모두 내 지금의 고통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존경의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베를린 1821년 12월 1일 호프만



이 애절한 사망 통지를 보낸 것은 아마도 자신의 걸작 소설을 탄생할 수 있게 도와준 애묘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호프만의 환상적이고 기괴한 상상력은 이후 보들레르, 모파상, 도스토옙스키, 카푸카 등 유럽의 대문호들에게 표상이 되었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역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표절했다고 했을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무어가 장화 신은 고양이의 후예라는 점이다. 무어는 책에서 자신의 조상이 장화 신은 고양이 힌츠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힌츠는 루트비히 티크라는 시인이 1797년에 그림 형제의 <장화 신은 고양이>를 희곡화했을 때 지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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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1 선이콩콩 2018.11.26 00:12  
와~ 고양이 자세가 아주 ㅋ
기도해달라는 편지의 마지막 문구가 애초롭네요